논산훈련소에서 아들로부터 온 가슴 절절한 편지 1
큰아들을 10월 14일에 논산 훈련소에 보내고 10월 30일 어제서야 아들의 옷가지와 신발이 택배로 왔어요. 2주 만에 온 것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늦게 오네요.
보내는 사람
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사서함 76-10호 육군훈련소 00교육연대 0교육대 00중대 0소대 0분대 000번 홍길동 훈련병
하루 다음날인 오늘에야 편지를 받아보았는데,
글씨도 잘 못쓰고 쓰는 걸 싫어하는 아들이 이렇게 정성스레 또박또박 글을 쓴걸 보니 많이 외롭고 힘들고 절실했던 것 같아요.
벌써 훈련소에 온 지 3일 차입니다.
여기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최대한 눈에 안 띄려 했지만 얼떨결에 분대장 훈련병이(지원자가 없어서 체대 나온사람 손 들으라고 해서 손 들었다고 해요) 되어서 같은 생활관 인원(16명)을 통솔하고 점호도 제가 하고 많이 귀찮은 일이 생겼습니다.
이제 3일 차인데 내가 앞으로 버틸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어쩌겠습니까.
저는 열심히 적응해 보겠습니다. 살아남겠습니다.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입니다.
남들이 군대에 가는 걸 보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제가 들어와 보니 군대에 가 있는 , 다녀온 모두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. 도대체 이 과정을 어떻게 버틴 건지 신기할 정도로 첫째 날 둘째 날은 적응을 못해서 정말 가슴이 뜨겁고 아팠습니다.
10시가 취침시간이지만 새벽 한 시까지 잠에 들지 못했고 잘 때 꿈을 꾸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꿈을 꿉니다.
6시에 기상 알람소리를 듣고 일이나면 그렇게 절망적일 수가 없습니다. 믿겨지지 않습니다 사회에 대한 감사함이 자동으로 느껴지고 6시에 기상해서 활동하다 보니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갑니다. 빨리 좀 갔으면 좋겠어요.
이렇게 쓰고 보니깐 안 좋은 소리만 많은데 좋은 거는 잘 모르겠습니다.ㅎㅎ
같은 생활관에 있는 2소대 3분대 사람들은 신기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.
토익 985점, 인도네시아에서 살다 온 사람,
일본 도쿄에서 살다 온 사람, 04년 생인데 크레인 운전 자격증이 있는 사람, 동갑(01년생)인데 곱창집을 창업한 사람, 엄청 다양한 환경과 재능이 있는 시람들이 모인 것 같습니다 첫날 둘째날은 아무 말도 없었는데, 지금은 서로 많이 친해지고 어울리고 있습니다.
지금 쓰는 글은 5일 차 금요일입니다. 분대장 훈련병은 남들보다 2배 3배 힘들지만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. 엄청 어렵고 긴장되는 일도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군대라는 곳에 적응하고 있습니다. 지금은 10시 자야 되는 시간이라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. 사랑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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